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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돌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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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사업 | 관련기고글] '좋은돌봄 운동을 제안하며'

돌봄희망터 2014-05-22 09:59:17 조회수 2,089
 
 
좋은돌봄 운동을 제안하며
 
석재은 (한림대학교 사화복지학과 교수)
 
 돌봄종사자들은 마음이 복잡하다. 웬 좋은 돌봄? 누군들 좋은 돌봄을 하고 싶지 않겠는가? 지금도 여러 가지 감내하며 일하느라 힘들어 죽겠는데, 누구도 거부하지 못할 좋은 구호로 돌봄종사자들의 인내와 강도 높은 노동만 더 쥐어짜내겠다는 것이 아닌가? 시설이나 재가에서 장기요양서비스가 이루어지는 돌봄종사자들의 열악한 노동 현실을 고려하면, 돌봄종사자들의 복잡한 심사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좋은 돌봄은 돌봄을 받으시는 어르신과 가족의 무리한 요구에도 돌봄종사자에게 무조건 순응을 강요하고, 너무 많은 노인들을 돌보느라 마음을 담아 돌봐드릴 수 없는 상황에서도 돌봄종사자에게 모든 돌봄의 짐을 맡기겠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오히려 좋은 돌봄은 돌봄을 받는 사람, 돌봄을 주는 사람, 그리고 돌봄이 이루어지는 우리 사회 모두를 인간화(人間化)’하자는 것이다. 그럼, 어떤 모습이 돌봄의 인간화를 보장하는 좋은 돌봄이며, 이를 방해하는 요인은 무엇인가?
 
 돌봄을 받는 사람에게 좋은 돌봄은 본인이 원하는 돌봄 욕구를 잘 경청해주고, 돌봄이 필요한 욕구를 잘 헤아려 주며, 따뜻하고 존중받는 돌봄을 받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여 일상에 필요한 기본욕구들을 채워야 하는 취약한 상황이지만, 의존상태라는 이유로 인간의 존엄성을 포기할 수 없다. 돌봄을 받지만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키며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때때로 돌봄 받는 사람의 기본인권이 위협받고, 좋은 돌봄의 질이 담보되지 못하고 있다.
 
 한편, 돌봄을 일선에서 제공하는 사람에게 좋은 돌봄이란 돌봄이 필요한 분들에게 마음을 열고, 돌봄 받는 분들이 원하는 것과 돌봄 전문가로서 돌봄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것에 대하여 서로 긴밀히 소통하며, 돌봐드릴 내용을 함께 결정하고, 따뜻하게 배려하는 마음으로 정성껏 돌봐드리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돌봄 현장은 이러한 기대를 배신하는 경우가 많다.
 
 돌봄 받는 어르신과 가족들이 돌봄종사자들의 노동을 돈으로 샀으니 마음대로 부릴 수 있다는 관점에서 접근하여 무리한 요구를 한다고 여겨질 때, 돌봄종사자들은 마음의 문을 닫고, 상처받지 않기 위해 수동적이고 방어적으로 일하게 된다. 진정한 상호소통도 없고, 따뜻한 돌봄의 마음도 없이 기능적 돌봄만 하게 된다. 돌봄의 마음과 행위가 같이 이루어져야 온전한 돌봄의 본질을 실현할 수 있는데, 닫힌 마음으로 하는 기능적 돌봄행위만으로는 좋은 돌봄이 이루어질 수 없다. 더욱이 돌봄종사자들에 대한 처우와 근로조건이 너무 열악해서 중도에 돌봄노동을 포기하는 이탈자들이 많아지고, 결과적으로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돌봄노동의 재생산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좋은 돌봄의 이상은 결코 실현되기 어렵다.
 
 따라서 좋은 돌봄은 돌봄을 받는 사람과 돌봄을 직접적으로 제공하는 사람 간의 이자 관계만으로는 담보되기 어렵다. 돌봄을 받는 사람이나 돌봄을 주는 사람 모두가 사실상 취약한 상황에 있기 때문에, 좋은 돌봄을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좋은 돌봄이 이루어질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돌봄종사자가 직업적 자긍심과 재량권을 가지고 충분한 사회적 보호를 받으면서 일할 수 있도록 제도적 환경이 뒷받침되는 것이 필수적이다. 또한 돌봄을 받으시는 분들의 인권도 다각적으로 보호되어야 한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상호 의존적 존재이고, 누구나 생애주기상에서 필수적으로 다른 사람의 돌봄을 필요로 하는 의존적 기간을 갖게 된다. 좋은 돌봄은 돌봄을 받고, 돌봄을 제공하는 이자적인 돌봄 당사자 간의 문제를 넘어서는 전체 사회의 각성과 동참이 필요한 과제이다. 우리 사회에 돌봄의 마음이 필요하다. 서로에게 진심으로 관심가지고 소통하며 배려하고 돌보는 돌봄의 가치를 되새기고, 우리 본성에 잠재되어 있는 돌봄의 본능을 깨워야 할 때이다. 우리 사회가 돌봄에 대한 시민으로서의 성찰적 각성이 전면적으로 이루어질 때에, 돌봄시장의 폐해를 극복하고, 돌봄의 본질을 구현하는 좋은 돌봄 공동체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