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센터는 노인장기요양기관 종사자가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과 고충에 귀기울이겠습니다.
함께 고민하겠습니다.
2023년 11월 30일 서울시 어르신돌봄종사자 종합지원센터의 인사동 쉼터가 문을 닫습니다. 그동안 서울지역 장기요양요원의 교육 공간으로, 만남의 장으로 활발히 이용되었던 인사동 쉼터와 함께 한 기억을 두 분의 요양보호사분들께 들어보았습니다. 인사동 쉼터가 위치한 종로중구 요양보호사 모임의 전숙희 지회장님, 인사동 쉼터의 시작과 마지막을 모두 함께 한 오귀자 서울요양보호사협희 자문위원님의 가슴 따뜻해지는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인사동 쉼터와 함께한 시간을 추억하며
전숙희(요양보호사, 종로중구 자치구 요양보호사 모임)
저는 종로에서 30년 넘게 살고 있으며 요양보호사 6년차 종로중구 지회장 전숙희입니다. 마음 돌봄 독서모임 동아리 활동을 통해 나의 삶과 과거를 되돌아 보고자 자신의 소중함과 믿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또한 긍지와 사명감을 느끼며 좋은 돌봄에 접목하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중입니다.
△인사동 쉼터 입구에서 이용객을 맞아주던 사인물과 ‘좋은돌봄 좋은일자리’ 캘리그라피
인사동 쉼터와는 깊은 인연이 있습니다. 그 인연은 우연한 기회에 ‘글 메아리’라는 글쓰기 모임에 가입해 활동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동인지에 나의 돌봄이나 생활 수필도 싣게 되어 기뻤고 정지혜대표님과도 좋은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또 본의 아니게 종로 중구 지회장을 맡게 되어서 백정자, 박인숙 두 공동 대표님과 여러 지회 선생님들과도 소중한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안마 의자, 영화 보기, 줌바 댄스, 몸짱 스트레칭, 힐링캠프, 건강 교육 역량 강화, 스마트폰, 자치구 모임, 예술 김밥 등등 나를 성장시키고 좋은 돌봄을 할 수 있게 해준 수많은 인연들에 언제나 감사드립니다.
인사동 쉼터에서의 기억을 떠올리면 언제나 가슴이 따뜻해집니다. 몇 년 전 몸짱 만들기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추억을 소개하고 싶어요. 30여 명 참가자 중 체중이 가장 많이 줄고 허리사이즈가 줄은 사람 3명 중에 뽑혀서 예쁜 양산을 선물 받은 일이 기억에 남습니다. 강사님이 시키는 대로 열심히 따라 하면 근육도 키우고 날씬한 몸매도 가꿀 수 있다는 성취감과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이고요. 상쾌하고 날아갈 것처럼 행복감을 느꼈습니다.
△인사동 쉼터의 상담실, 안마 의자, 복도에서 바라본 강의실과 교육 모습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
그렇게 소중했던 인사동 쉼터가 문을 닫는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엔 가슴이 아프고 막막했습니다. 인사동 쉼터에 남다른 소회가 깊은 한 사람으로서 포근하고 편안한 친정집이 부도난 느낌이 들어서 처음엔 믿어지지가 않고 불안하고 속상했습니다. 지금도 실감이 잘 안 나고 우리 자치구 회원님들이 불편해하고 안타까워 하는 표정을 볼 땐 마음이 착잡하고 실망이 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인사동 쉼터 그리고 인사동 쉼터에서 함께 했던 사람들은 여전히 너무 소중합니다. 묵묵히 회원들에게 물심양면으로 격려하고 적극 지원해 주신 여러 담당 선생님들께 너무 감사드리고요. 쉼터에서 맺은 소중한 보람되고 아름다운 무지개 빛 추억들을 영원히 가슴속에 오래도록 간직합시다. 항상 용기와 희망의 끈을 놓지 마시고 힘차게 나아가다 보면 더 좋은 제2의 인사동 쉼터가 생길지도 모르잖아요. 힘내세요,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인사동 쉼터의 시작과 마무리를 함께 하며
오귀자 (요양보호사, 서울 요양보호사협회 자문위원)
저는 오귀자 요양보호사입니다. 2008년 7월 1일 장기요양제도 시작의 첫날부터 재가 요양보호사로 근무하였습니다. 그로부터 10년 후, 인사동 쉼터가 문을 열었습니다. 재가 요양보호사는 1인 근무자입니다. 내가 서비스를 잘하고 있는지 또한 어떤 서비스가 어르신께 유익한지 알 수 없는 막막한 상태에서 서울시 어르신돌봄 종사자 지원센터가 설립되어 종사자 간 소통의 길이 열렸고 이어서 개소한 쉼터는 장기요양요원들의 또 다른 사랑방이 되었습니다.
요양보호사로서 역량 강화를 위한 여러 가지 교육과 업무로 쌓인 무거운 마음을 풀어낼 수 있는 소모임 활동을 하면서 서로의 사례를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인사동 쉼터는 서울시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어 서울 전역의 요양보호사들이 모이기에 알맞아 각종 교육과 소모임, 회의 등에 활용할 수 있어서 많이 이용해왔습니다.
인사동 쉼터 개소의 기쁨만큼이나 인사동 쉼터의 폐쇄는 요양보호사들의 날개가 꺾인 것 같아 아픔이 큽니다. 늘 노인복지의 향상을 말하면서 노인 돌봄 노동자의 복지는 왜 작아지는 것인지, 장기요양요원의 처우가 뒷걸음질하고 있다는 아픔이 느껴집니다.
좌: 2018년 4월 인사동 쉼터 개소식 때 무대에 선 오귀자 요양보호사 (좌측부터 세 번째)
우: 2023년 11월 인사동 쉼터 송별회 때 마이크를 들고 발언하는 오귀자 요양보호사
영광스럽게도 인사동 쉼터의 시작과 마지막을 모두 함께 하였습니다. 저에게는 친구 같은 쉼터, 친정 같은 쉼터였기에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한 명의 사람이 태어나서 자라고 마지막을 맞이하듯이 하나의 공간도 태어나 자라고 언젠가는 마지막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 세상의 순리인가 봅니다. 공간의 이야기는 그 공간에서 추억을 함께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많은 장기요양요원들이 인사동 쉼터에서 역량을 키웠고 동료를 만났고 자신을 위로하였습니다. 이러한 모든 활동이 서울의 더 많은 좋은 돌봄에 기여했음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입니다. 공간은 사라지지만 그 공간을 함께 나누었던 우리의 연결된 힘은 여전할 것입니다. 그간 애써주신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많은 분들이 참여하여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고 다짐했던 인사동 쉼터 송별행사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