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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2014.7.4) 술집 윗층 노인요양시설, 왜 그런가 했더니...

돌봄희망터 2014-07-07 11:32:55 조회수 2,682

 

술집 윗층 노인요양시설, 왜 그런가 했더니...

 
 
최근 장성요양병원 화재참사로 요양병원의 안전과 더불어 요양시설에서의 강제구금, 폭행, 성폭행, 환자길들이기, 국가재정의 횡령 등의 총체적 문제들이 드러나고 있다. 건강세상네트워크는 요양병원의 근본적인 문제점들을 살펴보고 다시는 이같은 사건으로 또다른 피해자들이 나타나지 않도록 요양병원의 문제점과 개선점을 제안하고자 한다. - 기자 말

지난 5월 28일 새벽 전남 장성의 한 요양병원에서 화재가 발생, 21명이 숨지고 8명이 부상을 입었다. 당시 화재는 발생 후 6분 만에 진화되었음에도 사고는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당시 대부분의 입원 환자들이 거동이 불편한 60~80대의 중증 환자들이었고, 이들을 구조해야 할 병원 관계자의 수가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세월호 침몰 사고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발생한 대형 인명 사고였다. 언론들은 앞 다투어 기사를 실었고, 대중은 큰 관심을 보였다. 이번 화재의 원인으로 지목된 노인요양시설의 문제점에 대해서 분석하고 이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는 사회 각층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그런데 딱 거기까지였다. 사고가 발생한 지 한 달이 되어가는 지금, 눈에 띄는 그 어떠한 변화도 보이지 않는다. 수많은 노인요양시설들은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되었던 문제들을 조금도 개선하지 않은 채 여전히 수익만을 추구하며 운영되고 있다. 그럼에도 많은 노인들은 노인요양시설을 떠날 수 없다. 대체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노인요양시설 99%가 민간, 부실 운영은 당연

기사 관련 사진
 28일 전남 장성 효사랑요양병원 별관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21명이 사망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사고 현장을 찾아 감식을 하고 있다.
ⓒ 소중한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의 비율은 2000년 7%에서 2010년에는 11%로 급격히 증가하였다. 2020년에는 15.7%까지 증가하여 이른바 초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듯 급격한 노령화 속도에 비해 우리 사회의 준비는 대단히 부족하다.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49.2%로 이는 OECD 평균 12.4%의 세 배가 넘는다. 자살률(10만 명당)도 33.3명으로 OECD 국가 평균 12.4명에 비해 월등히 높다. 이 중 65세 이상의 노인자살률은 81.8명(10만 명당)에 이른다. 서글픈 수치다.

늘어난 노년층에 대한 사회적 대비가 부족하다면 개인 차원의 대비라도 있어야하겠지만, 가족구성원들 사이에서도 적절한 대책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양육, 건강, 여가, 노후 준비 등 생활 전반에 대한 걱정이 모두 개인 몫이 되어버린 한국 사회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예전에 그들의 부모가 그러하였던 것처럼 부모 세대를 돌볼 여력이 없다.

즉, 대다수의 노인들은 어떠한 도움도 기대하지 못한 채 오롯이 스스로 생존해야만 한다. 하지만 그것도 스스로 경제활동이 가능할 때의 이야기이다. 만일 건강이 나빠져 더 이상 스스로 경제활동을 할 수 없게 되면, 그 마저도 불가능하다. 그러한 노인들은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나름의 해법으로 제시된 것이 민간 노인요양시설이었다. 개인들은 노인을 간병하기 위해서 필요한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고, 정부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복지사업을 민간 영역으로 전가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마땅히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하던 민간 자본에게는 새로운 부를 창출할 커다란 기회였다. 각자의 이해관계가 정확하게 일치한 것이다.

그 결과 민간 노인요양시설은 말 그대로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2000년 초 손에 꼽을 정도였던 노인요양시설의 수는 2014년 5월 20일 기준으로 1만6204개(시설 4815개, 재가서비스 1만1389개)로 늘어났다. 그 가운데 오직 122곳만이 공공 노인요양시설(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설립)이다. 99%가 넘는 노인요양시설이 민간에 의해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초창기 시장에 진입한 일부 기관을 제외한 대부분의 민간 노인요양시설은 당장 수익이 없으면 폐업을 고려할 정도로 재정 상태가 열악한 게 현실이다. 시설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수익을 내야 하니, 대다수 시설들은 수익 창출을 최우선에 두고 부실하게 운영할 수밖에 없다.

우선 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인원을 최소화한다. 더불어 임금을 적게 주고, 노동 조건을 떨어뜨린다. 그 결과 한 사람 당 십 수 명의 노인들을 돌보는 게 평균이 되어버렸다. 또한 대부분이 24시간 교대제로 일하다보니 월평균 근무 시간이 270시간에 달한다. 게다가 낮은 기본급에 법적 수당도 제대로 받지 못하여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들이 제공하는 요양서비스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시설 투자에도 인색하다. 환기도 잘 되지 않고, 칸막이도 없는 방에 여러 명이 누워있는 광경은 노인요양시설의 당연한 모습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접근성이 좋으면서도 지대가 싼 곳을 찾다보니, 요양과는 거리가 먼 환경에 노인요양시설들이 위치하는 경우도 많다. 1층에는 화려한 술집이나 식당이 위치하고, 그 위층에는 노인요양기관이 위치하는 기괴한 풍경을 심심찮게 볼 수 있게 된 이유다.

그 뿐인가? 노인요양시설의 부정수급이나 부당청구 사건도 잊을 만하면 들린다. 폭력 사건도 결코 적지 않다. 더욱이 최근에는 노숙자들을 조직적으로 유인해 요양 치료가 필요한 노인으로 둔갑시켜 입원시키는 사례도 늘고 있다.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모든 폐해들은 장기요양보험, 건강보험, 조세 등 적지 않은 공적 자금이 꾸준히 소모하면서도, 정작 서비스의 제공은 민간 시장에 맡긴 채 방치하는 기형적인 구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따라서 이러한 기형적인 구조를 깨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나타난 문제들은 조금도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제2의 사고 막으려면 노인요양시설의 공공성 확대해야

우리 주변에서 국공립 어린이집을 보내기 위해서 노력하는 부모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런 경향 때문에 국공립 어린이집의 경쟁률은 웬만한 대학입시 경쟁률보다도 높다. 국공립 어린이집은 교육비가 저렴하면서도, 민간 시설에 비해 교사 수준이 뛰어나고, 먹거리 안전성이 우수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이와 함께 국공립 어린이집 선호 현상은 민간 어린이집이 무턱대고 가격을 올리거나, 수익을 위해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지 못하는 큰 원인이 되고 있다.

2013년 기준으로 국공립 어린이집의 비율은 전체 어린이집 4만3770개 중 2332개로 5.33%이다. 이를 보육아동수로 보면 전체 148만 6670명 중 15만4465명으로 10.39%이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결코 높은 수치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국공립 어린이집이 민간 어린이집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로 적지 않다.

노인요양과 보육은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복지 영역이다. 또한 민간 주도의 서비스 제공이 이루어지지만, 민간과 공공을 구별하지 않고 제공자에게 공적 자금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부분도 많다. 따라서 개선 방안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노인요양시설과 관련된 수많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공공 노인요양시설의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 지금의 1% 수준을 최소 30% 정도까지는 높여야 한다. 새로운 공공시설을 확충해도 좋고, 기존의 민간시설을 인수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공공 영역의 확충을 통해서 적절하게 민간을 견제하고 견인할 때 전체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2013년 진주의료원 폐원 당시 마지막까지 병원에 남아서 반대하였던 환자들이 당시 노인요양병원에 입원하고 있던 분들이라는 사실을 깊이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노인요양시설과 어린이집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까지 어린이집의 공공성을 확대할 방안에 대해서 보다 주목하였다면, 이제는 노인요양시설의 공공성을 확대하기 위해서도 노력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