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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2015.02.07) 노동과 복지의 사각지대... 정신병원 보호자들의 노동인권

돌봄희망터 2015-02-10 14:50:22 조회수 2,658
 
 
"얼굴에 침 뱉어도 가만히"... 정신병원에선 무슨 일이
 
 
노동과 복지의 사각지대... 정신병원 보호사들의 노동 인권
 
 
잊을 만하면 또 일어나는 게 정신병원 폭행 사건이다. 지난달 28일 서울의 한 정신병원에서 보호사가 밥 먹던 환자를 폭행한 사실이 보도됐다. 그 보호사는 무릎 꿇고 비는 환자의 목을 졸랐다. 이 뉴스를 본 한 시민은 "시대가 어느 땐데 아직도 정신병원에서 사람을 때리냐"며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정신병원 보호사들에 대한 처우 역시 시대착오적이긴 마찬가지다. 전·현직 정신병원 보호사들 15명을 취재한 결과, 극심한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또한 정신병원 보호사들은 명확하지 않은 노동 지위 때문에 병원 측이 부당하게 대우하거나 근로기준법을 위반해도 참아야 했다.

"정신병원 보호사의 환자 폭행 문제지만... "

정신병원 보호사는 대학 병원이나 규모가 작은 병원의 정신과에서 일한다. 대학 병원의 경우 보호사들은 아웃소싱 업체를 통해 간접 고용되며 평균 140만 원 정도의 임금을 받는다. 작은 병원은 보호사를 직접 고용하며 평균 180만 원 정도의 임금을 준다. 그러나 업무환경은 작은 병원이 더 열악하다.

이들 대부분은 정신병원 보호사가 하는 업무를 잘 알지 못하고 일에 뛰어든다고 한다. 전직 보호사였던 홍아무개씨는 "병원은 시설도 깨끗하고 (병원에서 하는) 일이 힘들 것 같지 않아서 시작했었다"고 말했다. 현재 보호사 일을 하고 있는 김아무개씨는 "나이든 사람들이 경비원 말고 할 수 있는 일이 적어서 (정신병원 보호사에 대해) 잘 모르고 일단 시작해보는 이들이 많다"고 이야기했다.

"(정신병원 보호사와 보육교사 폭행 사건에 대해) 그 사람들의 행위 자체는 나쁘다. 하지만 환자들과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충분한 근무 환경이었으면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일을 할 때 여유가 있으면 스트레스도 덜 받고 감정이 격해지지 않을 것이다." - 성아무개씨, 현직 정신병원 보호사

그러나 정신병원 보호사들은 과도한 업무에 신음하고 있었다. 경기도 한 병원에서 4년째 보호사로 일하고 있는 성씨는 "일이 힘들어 그만 두는 보호사들이 많은데 결원이 생기면 (신규 보호사가 채용되기 전까지) 남은 보호사들이 24시간씩 일해야 한다"면서 "병원은 보호사의 업무량이 늘어나는 걸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열심히 일할 것만 요구한다"고 털어놨다.

8년 동안 정신병원 보호사 일을 하다가 그만 둔 이아무개씨는 "환자가 얼굴에 침을 뱉거나 때려도 가만히 있어야 한다"면서 "(환자로부터 폭행을 당하면) 오히려 병원은 왜 환자를 미리 제압하지 않았냐며 핀잔을 준다"고 말했다.

"정신병원 보호사? 29년째 이름 없이 일해"

한국 고용정보원이 발간한 '한국직업사전'에 따르면 정신병원 보호사들은 ▲환자의 신변을 관리 ▲환자에게 치료를 안내하고 진료시 동행 ▲처방약 복용 ▲치료활동에 참가하도록 유도 ▲식사 시 음식을 먹여주거나 거절할 경우 원인을 조사해서 기록 ▲환자를 관찰해 특이 행동이나 자해행위를 할 때 저지하거나 진정 ▲병동 시설 관리 등의 업무를 한다.

그러나 정신병원 보호사 일을 하기 위해 별도의 자격이 필요한 건 아니다. 병원에 따라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요구하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 '체격 건장하고 성실하신 분'을 요구한다. 정신병원 보호사도 정식 명칭이 아니다.

'한국직업사전'에는 정신질환치료보조원으로 등록돼 있고 병원마다 '환자관리보호사', '병동보호사' 등으로 다양하게 불린다. 정확한 이름이 없는 직업인 셈이다. 경기도 한 정신병원에서 일하는 김아무개씨는 "이름이 없는 것이 우리(정신병원 보호사)의 현실이다"라고 말문을 뗐다.

"국공립 정신병원에서 일하는 보호사들도 정해진 명칭이 없다. 직업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다. 병원들은 우리를 한 번 쓰고 마는 식으로 고용한다. 정부가 운영하는 병원에서도 이러는데 사설 병원은 오죽하겠나. 그렇게 이름 없이 29년을 일했다."

"딸보다 어린 간호사에게서 욕먹어도..."

정신병원 보호사들은 의사와 간호사를 도와 환자를 보호하고 관리한다. 김씨는 "치료는 의료진들이 하고, 우리는 환자를 24시간 보살핀다"면서 "정신병원 보호사가 없으면 병원이 돌아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격무만큼이나 힘든 것은 인격 모욕이라고 한다.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환자, 환자 보호자. 그 밑에 우리(보호사)가 있다. 딸보다 어린 간호사로부터 욕을 먹어도 어쩔 수 없다. 환자가 때려도 고소하거나 합의를 요구할 수 없다."

정신병원 보호사들은 김씨와 같은 40∼60대가 많다고 한다. 그에 비해 의사나 간호사, 간호조무사들은 젊다. 병원 업무 체계상 보호사는 이들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 김씨는 "의사가 한 가지를 지시하면 그게 내려오면서 분담되는 게 아니라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들이 보호사들에게) 몰아준다"고 말했다. 그는 "간호사들이 간식 심부름을 시킨다거나 걸레질 같은 허드렛일을 시키기도 한다"면서 "이런 일을 하지 않으면 내가 그만둬야 하기에 어쩔 수 없이 한다"고 털어놨다.

"갈비뼈 부러져도 2만 원... 임금은 항상 동결"

"폭행 사고가 주로 일어나는 곳은 근무 여건이 열악한 작은 병원이다. 대학 병원은 3교대 근무가 지켜지는 편이지만 작은 병원은 24시간 근무가 많다. 밤샘 근무를 하면 아침 9시에 일이 끝난다. 그러나 저녁 6시에 다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퇴근하지 못하고 병원에서 잠을 잔다. 작은 병원들은 (병원 수익을 위해) 다른 병원에서 거부하는 환자도 받는다. 보호사 1명이 70∼80명의 환자를 맡는다." - 홍아무개씨, 전직 정신병원 보호사

홍씨는 얼마 전 보호사를 그만 뒀다고 한다. 대학병원에서 일하다 작은 병원으로 옮긴 그는 열악한 근무 여건을 견딜 수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홍씨는 "복지도 전혀 없고 4대 보험이 된다고는 얘기하나 정작 산재 처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학병원의 경우 (환자를 다루는 과정에서) 조금만 다쳐도 응급실에서 엑스레이를 찍게 해준다. 작은 병원은 다치면 (나을 때까지) 하루에 치료비 2만 원만 준다. 환자에게 맞아 갈비뼈가 부러진 적이 있었는데 그건 2만 원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나." - 홍아무개씨

근로기준법을 준수하지 않는 정신병원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홍씨는 "추가 수당(야근 수당, 휴일 근무 수당)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야간이나 휴일에 일하는 것과 상관없이 한 달에 일한 시간을 기준으로 돈을 지급한다"면서 "(연차가 쌓여도) 임금은 항상 동결이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일부 정신병원들은 채용 당시에 제시한 근로 조건을 지키지 않고 있었다. 홍씨는 "처음 채용 때 병원 측에선 월급 200만 원 정도를 받으면서 3교대로 일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면서 "일을 시작하게 되니 월급은 50만 원이 깎여 있고 수시로 2교대 근무를 했다"고 털어놨다.

"소파에서 자다가 소리 나면 일어나라"

"(정신병원 보호사들이 쉴 수 있는) 휴게실도 따로 없다. 낮에 쉬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고, 야간에는 환자들이 다 자기 때문에 쉬는 것은 그때뿐이다. 나이트 할 때는 한 시간에 한 번씩 라운딩(순찰을 의미하는 정신병원 보호사들의 용어)을 돌면 된다. (병원 측에서 보호사들에게) 복도 소파에서 자고 있다가 환자 소리가 나면 일어나라고 한다. 간호사실이 있긴 한데 '거기에 보호사가 왜 들어가냐, 복도에서 생활하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 홍아무개씨

홍씨와 같은 정신병원 보호사들은 특히 야간 근무 때 취침이 보장되지 않아 힘들다고 한다. 홍씨는 "(입사 전에 병원이 제시한) 근무 조건엔 나이트 할 때 2∼4시간 잠을 잘 수 있다고 말했다"면서 "하지만 나이트 할 때 EMS(응급환자이송)를 하다 보면 잠을 자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그 2∼4시간은 근무 대기 시간이다"면서 "EMS를 해도 근무 대기 시간으로 인정 돼 임금 계산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또한 작은 병원은 보호사들에게 과중한 업무를 부여하고 있었다. 홍씨는 "작은 병원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청소·시설 용역을 따로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보호사 한 명이 건물 하나를 다 청소하고 시설보수도 한다"면서 "야간에 병원 시설에 문제가 생기면 혼자 고치고 처리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에 관해 경기도의 한 정신병원 관계자는 "임금 동결과 야근 수당 미지급 등은 병원의 정책이다"고 설명했다. 충청도의 한 정신병원 관계자 역시 "병원 사정에 따라서 (보호사를 위한) 휴게실이 없을 수도 있지 않나"고 말했다.

이 같은 정신병원의 고용실태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정신병원 보호사들에게) 야근 수당이나 휴일 수당을 미지급하는 것은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신병원이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사실을 직접 확인해봐야 적법성 여부를 명확히 판단할 수 있다"고 답했다.

처우 개선 요구해도... 정부는 같은 말만 되풀이
"정신병원 보호사들을 제대로 된 직업으로 인정하고 그에 맞는 소양 교육을 해야 한다. 인권에 대한 이해와 자제력을 길러주는 교육이 필요한데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인권교육을 하는데 별 도움이 안 된다. 기본 교육이 안 된 상태에서 어려운 법률 이야기를 하니 민방위교육이나 예비군 훈련 같다." - 김아무개씨, 현직 정신병원 보호사

현재 보호사들을 양성하거나 교육하는 기관은 전무하다. 그나마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정신병원 종사자를 대상으로 1년에 4시간씩 인권교육을 실시한다. 김씨는 "젊은 보호사들이 특히 이쪽 일을 잘 모르고 자제력이 부족하다"면서 "(그들은) 환자의 액팅(환자의 이상 행동을 의미하는 정신병원 보호사들의 용어)에 쉽게 흥분하거나 폭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보호사 처우 개선과 인권 교육을 정부에 몇 차례 요구했다고 한다. 그는 "인권위에 두 차례, 보건복지부에 두 차례 민원을 제기했지만 '반영하겠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관계자는 "정신보건법상 (정신병원 보호사가 맡고 있는) 환자 관리 업무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하게 돼 있다"면서 "정신병원 보호사는 각 병원이 임의로 채용한 인력이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 관계자는 "명백한 기본권 침해요소가 있다고 판단될 때만 조치가 취해진다"면서 "(정신병원 보호사들의) 의견이 수렴되지 않은 것은 판단 근거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신병원 보호사 협의체 만들어보려고 했지만...

김씨는 요구가 번번이 좌절되자 정신병원 보호사들로 이루어진 협의체를 만들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는 2012년 뜻을 함께 하는 보호사들을 모았지만 결국 실패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정신병원 보호사) 일이 워낙 힘들고 야근이 많아 보호사들끼리 만나거나 연락할 기회가 없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씨는 정신의료기관협회에도 도움을 요청했으나 소득이 없었다고 한다. 협회의 한 관계자는 정신병원 보호사의 처우에 관한 질문에 "정신의료기관협회는 (정신병원) 종사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곳이 아닌 병원 운영자들로 이루어진 단체다"고 답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포항의료원 김종갑 분회장은 "포항의료원 말고는 정신병원 보호사 노조가 없다"고 말했다. 김 분회장은 "(전국 단위 정신병원 보호사 노조를 만들기 위한) 몇 번 움직임이 있었으나 그때 뿐이었다"면서 "병원 간 인사 교류도 안 되고 보호사들끼리 만날 기회가 없어 노조를 결성하기 힘들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편 노인요양보호사의 경우 240시간의 교육을 이수하거나 간호사, 간호조무사, 사회복지사 등의 자격증을 취득해야 일을 할 수 있다. 현직 보호사 성아무개씨는 "정신병원 보호사는 (노인요양보호사와 달리) 아무런 자격도 없어서 임금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거나 자존심을 세울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