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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포르시안] (2014.7.1) 고장난 차처럼 ‘통값’에 거래되는 요양병원 환자들

돌봄희망터 2014-07-02 09:58:31 조회수 3,026
 
고장난 차처럼 ‘통값’에 거래되는 요양병원 환자들
 
일부 요양병원 환자 돌려막기에 노숙인 불법 유인까지…

"면회객 없는 야간엔 악의 소굴"

 
 
▲ 사진 출처 : 건강세상네트워크

일부 요양병원의 불법·편법 운영이 위험수위에 다다랐다.

돈을 주고 환자를 불법 유치하는 것은 물론 노숙인을 상대로 숙식제공 등을 미끼로 가짜 입원환자로 유치한 후 진료비를 부당 청구하는 것은 물론 퇴원을 요구하는 노숙인을 강제로 감금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의료인력도 제대로 확보하지 않은 채 입원일당 정액수가제와 차등수가제를 악용해 입원환자와 의사간호사 수를 부풀리기 하는 것은 이제 화젯거리도 안 된다.

1일 새정치민주연합 최동익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이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인천광역시 강화군에 위치한 B요양병원(2013년 5월 개원)은 작년 12월 말 기준으로 전체 입원환자(건강보험, 의료급여) 447명 가운데 188명(42%이 노숙인으로 파악됐다.

B병원의 지난해 총진료비 중에서 노숙인 입원환자 188명한테서 발생한 비용이 전체의 66%를 차지했다. 
B병원에는 2014년 현재 124명의 노숙인 입원환자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 홈리스행동과 건강세상네트워크 등 5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몇 년간 서울역, 영등포역 등 주 노숙지역을 중심으로 요양병원들의 환자 유인행위가 빈번하다"며 "특히 강화도 소재 B병원은 홈리스를 보호사 및 운전수로 채용해 면식을 활용한 환자 유인행위를 일삼고 있으며, 이런 행위는 매일 두 차례 주 6일 동안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뿐만 아니라 환자를 유인하기 위해 술을 사주는 파렴치한 행위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며 "또한 B병원은 입원환자에게 음주, 소란 등을 이유로 무자격 보호사를 통해 폭력을 행사한 것은 물론 건강보험가입자 또는 연체자에 대해 본인부담금을 면제하는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요양병원이 불법적으로 환자를 유치하는 일은 상당히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듯 하다.
지난해 10월 경기지방경찰청은 민간 응급환자 이송단 및 병원 사무장 등을 통해 환자 1명당 30∼50만원 알선료를 지급하고 환자를 불법거래한 정신병원 35곳과 요양병원 10곳을 적발한 바 있다.

당시 사건을 수사한 경기지방경찰에 따르면 적발된 요양병원 등은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민간 이송업체 경력자나 환자 유치 경력이 많은 병원 사무장 등을 급여 이외에 영업비 명목으로 매월 100만원에서 최고 1,000만원까지 지급하며 채용했다.
이렇게 채용된 사무장 등은 유대 관계가 있는 민간 이송업체 직원이나 다른 병원 사무장과 결탁해 주로 알콜중독, 정신질환 환자를 보내 주거나 받았다. 
소개 받은 환자 1명이 입원할 경우 소개료 등의 명목으로 건강보험 환자는 40~50만원, 기초생활수급자는 30~4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환자를 불법 거래하는 병원과 민간 이송업체들은 환자 불법 유치 비용을 일명 '통값'이라는 비속어를 사용해 지칭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통값이란 견인차 기사가 고장, 또는 사고를 당한 차량을 정비업체에 견인해 주고 정해진 수수료 외에 부당하게 받는 사례비를 의미한다. 이는 요양병원에서 입원환자가 마치 물건처럼 취급 당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최근 화재 사고가 발생해 21명의 입원환자가 사망한 전남 장성의 효실천사랑나눔요양병원의 경우 환자를 강제입원시켰다는 이유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를 당한 적도 있다.
인권위에 따르면 장애인단체 김모 대표는 지난 2010년 4월 효실천사랑나눔요양병원이 2009년 11월과 2010년 2월 피해자 정모씨(뇌병변장애1급)를 본인의 의사에 반해 강제로 입원시켰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당시 인권위는 자체 조사를 통해 "피해자 김씨의 퇴원 의사에도 불구하고 퇴원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요양병원장의 행위가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며 "관리·감독기관에 해당 병원장에 대해 엄중경고 조치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 요양병원은 화재 사고 이후 유족들에 의해 환자 강제입원 등의 불법 운영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유족들은 최근 청와대에 보낸 탄원서를 통해 "병원 측은 정부의 복지정책을 이용해서 사회적 약자들을 상대로 돈벌이 수단에 사용했다"며 "나이드신 노인분들을 상대로 인권이 유린되고, 감금과 약물중독 등 여러 문제가 있었다. 한마디로 면회자가 없는 야간에는 악의 소굴이었고, 주간에는 방문객의 눈치를 보며 천사의 얼굴을 하는 병원 관계자를 철저히 수사해 엄중히 처벌해 달라"고 요청했다.

▲ 표 출처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최소 의료인력으로 저질 의료서비스 제공하는 요양병원이 살아남는 구조"
이처럼 요양병원의 불법 환자유치와 편법적 인력운영이 성행하는 이유는 요양병상이 수요에 비해 지나치게 과잉공급됐기 때문이다.
올 4월말 기준으로 전국의 요양병원 수는 1,284개에 요양병상 수만 20만1,605개에 달한다. 지난 2005년 1월 기준으로 120개에 불과하던 요양병원 수가 8년 만에 무려 10배나 늘었다. 
요양병원이 과잉공급 상태다보니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불법 유인행위마저 서슴지 않고 있으며, 이 때문에 적정 의료인력과 시설을 갖춘 요양병원이 살아남기 힘든 구조가 되고 있다.

지방의 한 요양병원 이사장은 "현재 상당수 요양병원에서 본인부담금을 전액 면제하거나 할인하는 식으로 환자를 유치하는 일이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런 요양병원은 최소한의 의료인력만 갖춰 인건비를 절감하고 있으며, 이는 결국 환자들에게 저질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이번 화재 사고처럼 환자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최동익 의원실 관계자는 "B병원처럼 노숙인 등을 상대로 환자 불법 유인행위가 의심되는 병원에 대해서 복지부 등에 자료를 요청한 상태"라며 "앞으로 요양병원의 불법적인 운영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문제를 제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보건복지부와 경찰청은 장성 요양병원의 화재 사고를 계기로 6~7월 두달간 전국 요양병원 1,289개소를 대상으로 한 '불법행위 특별 점검·단속'을 벌인다. 

경찰과 복지부는 실질적인 관리·감독 권한을 지닌 지자체와 합동으로 ▲ ‘사무장 병원’ 운영 여부 ▲환자수·의료인수 부풀리기 ▲설립, 각종 인허가, 납품 등과 관련된 금품수수?유착비리 ▲면허증 대여행위 ▲주요 안전 등 관련 시설기준 준수 여부 등을 점검한다. 

특히 시설기준 미준수 등으로 시정명령을 받았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거나, 무허가 운영이나 당직의료인을 두지 않는 등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를 집중 점검할 방침이다.
그러나 정부의 요양병원 특별 점검이 보여주기식 전시행정에 불과하며, 요양병원 인력구조와 안전기준 미비에 따른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저질병원을 시장에서 퇴출시킬 수 있는 기전을 마련하고, 수가 구조를 개선해 적정 의료인력과 시설을 갖춘 요양병원이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제도개선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